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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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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기자1 작성일18-11-27 04:33 조회1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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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과학의 재혼'이 성취되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바친다─

일본 추리소설은 과거에서 점점 추리보다 그 이면에 있는 뒷배경과 동기 등으로 인해 추리 본연의 힘을 많이 잃어갔습니다. 이런 와중, 추리 본연의 재미를 다시 되살리고자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장르가 있는데, 바로 '본격 미스터리' 입니다.
본격 미스터리 장르는 소설의 장치를 활용하거나 적재적소에 복선을 깔고, 가능한 상식 선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추리의 재미를 살린 장르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작품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후에 신본격이라는 본격에서 더 나아간 작품들이 나오게 되는데, 이 장르에서는 '살육에 이르는 병'을 베스트로 치고 싶네요. 애꾸눈 소녀도 신본격 장르에 걸맞다고 생각하는데 살육병의 충격이 워낙 커서..

본격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상술했듯이 가능한 상식 선에서 범죄가 일어납니다. 얼마나 터무니없는 범죄나 방법이어도, 결과적으로 볼 때 '범죄행위 자체'의 방법과 트릭은 비교적 상식이라는 것이죠. 리뷰의 대상인 망량의 상자도 그런 작품입니다.

망량의 상자를 소개하기 전에, 이 작품은 시리즈입니다. 작가 <교고쿠 나쓰히코>의 <백귀야행 시리즈>에 속한 작품으로, 한국에서 이 작가분이 유명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본에서는 추리소설 및 요괴소설에서 굉장히 유명한 작가분이라고 하네요. 제목에 반드시 요괴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과, 제목이 스토리와 어찌됐든 연관성을 지니고, 매우 독특한 문체와 그 배치, 어마어마한 작가의 지식(정말 어마어마합니다) 등으로 강렬한 개성을 지닌 시리즈입니다. 우부메의 여름-망량의 상자-광골의 꿈-철서의 우리-무당거미의 이치-도불의 연회-...(정발순) 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인 망량의 상자는, 상/하권으로 나뉜 도합 1000p가량의 장편 추리소설입니다.

때는 1950년 일본, 형사 기바 슈타로는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던 중 지하철 사고를 겪게 됩니다. 사고의 대상은 여고생 유즈키 카나코, 목격자는 그녀의 친구인 쿠스모토 요리코,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열차 플랫폼에서 누군가가 카나코를 밀었다고 합니다. 카나코는 극적으로 생존해 있으나 얼마 안가 죽을 목숨인 빈사상태로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며칠 후, 이와 다른 지역에서 시체가 토막난 채 팔다리만 '상자'에 담겨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시체의 주인들은 요사이 행방불명된 여성들이며, 이 불가사의한 사건을 기자 추젠지 아츠코가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 전혀 다른 두 개의 사건은 서서히 작품에 나오는 대다수의 사람을 사건에 휘말리게 합니다.

애니메이션 '망량의 상자'의 스토리도 위와 똑같고, 전개도 원작 소설을 충실히 재현하려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거기다 애니메이션 제작진에 시리즈의 팬들이 꽤 있는지, 몇몇 연출을 바꾸거나 외전 소설의 연출을 도입하는 등의 각색도 보이구요. 애니메이션 그 자체만 봤을 때도 1000p를 요약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느정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원작을 읽은 사람으로서 이 작품을 보면 '엥?'하는 부분이 좀 많은데, 일단 캐릭터 디자인을 CLAMP가 담당했다는 것부터.. 현재 30대에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굉장히 잘생기게 나옵니다;.. 츠바사 크로니클에서 캐릭터를 빼온듯한 몇몇 캐릭과 도장찍기같은 얼굴은 개성넘치는 몇몇을 제외하면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느낌을 주더군요.

연출은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상술했지만 원작 시리즈는 매우 독특한 문체와 배치로 유명합니다. 책이 늦게 나오는 이유가 작가 본인이 디자인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서 문장을 끝맺을지 페이지마다 정하느라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니 말이죠. 이 작가에게 영향을 받은 작가들 중 일부가 이후 탄생되는 신전기, 전기, 비쥬얼 노벨 등으로 진출할 정도로 개성 강한 문체가 그 자체로도 연출의 일부가 될 수준인데, 애니메이션은 소설에 나오는 그 연출을 제대로 못 살렸다는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특히 망량의 상자는 요괴와 과학이 상자 속에 뒤섞이는 광기 넘치는 소설임에도 너무 잘생긴 선남선녀들이 평범한(?) 반응을 하니 범죄의 엽기성과 충격에도 불구하고 이래저래 평탄한 작품이 되었다고 할까요. 이는 만화판과도 비교했을 때 너무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성우들의 연기도 애니메이션 자체가 평탄하게 흘러가다 보니 평탄한 연기를 보여줘서.. 믹신의 연기만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작화는 CLAMP 작품 치고는 꽤 안정적입니다. 군데군데 모션 블러 처리한 듯한 느낌의 씬도 있을 정도에, 역시 CLAMP는 매드하우스에서 만들어야지! 라는 느낌을 주네요. 프로덕션 IG는 XXX 홀릭 1기의 인체비례를 되살려라!

음악이나 효과음은 작품은 요괴의 기이하면서도 과학의 무기질적인 면을 잘 나타냈지만, 아무래도 하이라이트에 각인되는 음악이나 효과음이 없다는건 아쉽네요.

요약하면 평탄하고 무난하면서도 부분부분 부족한 면이 보이나, 스토리 자체가 매우 뛰어난 작품이기에 그냥 지나치기는 힘든 작품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스토리 중상 , 작화 , 음악 입니다.

+))
애니메이션을 보고 흥미를 느끼신 분은 꼭 원작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 시리즈에 충격적이지 않은 범죄방법은 없고 그 트릭 또한 충격적이지 않은게 없습니다...; 특히 <무당거미의 이치>는 하권을 읽으면 탈진할 정도의 소름의 연속입니다.. 다른 작품도 애니화좀 해주세요..

에로게임을 잘 아시는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추리파 에로게임 '껍질소녀'는 이 망량의 상자의 스토리를 표절하고 무당거미의 이치의 뒷배경을 표절했습니다. 특히 인트로 씬은 등장인물 이름만 바꾸고 전부 표절..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든건지. 그래서 껍질소녀를 해보신 분들은 범행의 대부분을 직감으로 맞추실 수 있을겁니다.

망량의 상자는 전작 우부메의 여름이 발간되고 난지 5개월만에 발간되었습니다. 참고로 우부메의 여름은 600p, 망량의 상자는 1000p가량입니다. 그리고 800p가량의 광골의 꿈은 망량의 상자 이후로 4개월 뒤 발간되었습니다. 미쳤나
그리고 망량의 상자 집필기간은 1개월이라고 합니다. 진짜 미쳤나
이 작품에선 바(─)가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나스체에서나 볼법한 문체도 나오는데, 나스가 영향을 받았겠죠. 그 반대일리는 없을테고.

[판타지물] 우리가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볼 것이다. '메이드 인 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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